귀한 공간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본 오키나와에 올해 3월 이주해서 살고 있으며, 딸 4명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7살짜리 둘째딸의 유치원 친구인 소연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소연이의 엄마는 미혼모로서 말기암 투병중에 샘물호스피스로 옮겨지게 되었고, 소연이를 보호시설로 보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얼굴도 본 적이 없었던 소연이의 입양절차를 밟고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연이의 엄마는 아이에 대한 한 마디의 이야기도 설명도 없이 작년 7월말 천국으로 떠났습니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입관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알게 된 사실은 미혼모였던 소연이 엄마도 강포에 쌓여져 버려졌었기에 유가족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엄마를 괴물이라고 병원가기 싫다고 엄마한테 가기 싫다고 했던 소연이한테 천국가시기 일주일 전부터 자연스럽게 엄마의 천국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 해 주며,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평안하게 받아들이고 엄마를 떠나 보내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심리상태를 예의주시하며 무척 신경을 쓴다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소연이는 너무나도 밝고 정말 야생마와 같은 남자아이보다도 더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외동딸로 7년이라는 엄마와의 삶의 시간을 감안하며 모든 것을 받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23년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3딸을 키웠기에 엄하게 아이들을 양육하며 스스로 할수 있는 말 잘듣는 딸들로 만들어 왔던 제 자신과 갈등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소연이는 처음 낯선 집에 와서도 자기 집처럼 행동을 했습니다. 게다가 평상시 유치원에서 남자친구들을 잘 때리고, 소리 지르고, 집어 던지고 하는 거칠고 난폭한 행동들을 3딸에게 뿐만 아니라 제 앞에서도 손님앞에서도 행했습니다. 아이를 잘 모르는 상태이었기에 잘못된 언행에 대해서 훈계나 매를 들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일부러 저희 아이들을 모델삼아 소연이의 몫까지 매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성질을 죽이느라 혼자서 정말 많이 울었고, 심지어 소연이를 가슴에 안고 울면서 귀에대고 일부러 기도소리를 들려주기까지도 했습니다. 몇개월이 지났을까? 거친 언행들이 잡히는 것 같더니 그 다음 눈에 보이는 증상들은 자기 물건을 전혀 챙기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을 못하고 조금전에 어디에 두었는지도 몰라서 3살짜리 막내가 찾아주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모든 소연이의 물건을 책가방만한 캐리어에 보관토록 했는데, 그 작은 캐리어 안에 있는 물건조차 찾지를 못하고 멍하니 입주변만 뜯는 모습만 보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젠 의사소통이 약간 다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을 사실처럼 말하거나 어떤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왜곡시켜서 다르게 말하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심부름을 시켜서 언어전달 부분을 확인하는데 지시한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또한 같은 말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해서 약속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지키게끔 훈련을 시키는데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기억조차 없는 모습으로 매일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순간순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국을 떠나오기전 상담센터를 찾을 만한 여유가 없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가족이 새로이 시작하니 오히려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나름대로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방법을 달리하며 적용해 보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모습에 오늘도 하루가 아이와 제가 각각 힘든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됩니다.
바쁘신 가운데 두서없는 긴 사연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상태를 정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울 수 있었는데, 감당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제 자신에 한계를 느끼며 감히 조언을 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