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부터 저는 큰언니에게 엄마 대신으로 교육을 받아왔었습니다. 그로인해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것이 잘못되었다거나 제가 우울증에 걸렸었다는 것을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했던 우울증 테스트 결과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생겼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후 엄마가 제게 서운했던 부분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듣고 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었습니다. 우울증 결과가 나와있던 종이는 엄마가 보신적이 있지만 한번도 속 이야기를 꺼냈던 적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던 적도 없었으니까요. 저는 솔직히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실 줄 알았던 것 같아요. 멋대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가족이라면, 엄마라면 보듬어주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종이로 다 안다. 그게 니가 나한테 이야기 해줬던거나 다름없지 왜그러냐. 그래서 큰언니한테 뭐라하고 너를 덜 혼냈으면 된거 아니냐. 오히려 나무라듯, 그리고 덜 혼내줬으니 할일 다 한거 아니냐는 식. 억장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그냥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괜히 기대를 한건지, 저한테는 굉장한 충격이었고 실망보단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인생이라 하기엔 짧지만 그 중 가장 어두웠던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는게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들어오면서 새로 만났던 친구들 덕에 많이 털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죽고싶다는 생각에 휘감기니 소름끼치게 싫었습니다. 가족은, 엄마는.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힘들면 보듬어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왜 힘들었을지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그 뒤로 계속 울며서 그냥 죽고싶다는 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족조차 별일 아니라고 넘겨버리고 무시해버린다면. 그냥 제가 너무 기대를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그냥 답답하고 죽고싶고 엄마가 무서워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전같을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될까요.... |